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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별별 잡소리

UN-GO 거북선 왜곡 사건?


“이순신 장군마저 왜군 장수라고 우길 기세” 거북선 왜군으로 묘사 日애니 물의



저로선 이 애니메이션을 안 봐서 뭐라고 확실히는 못하겠지만 어째 기자가 무리수를 둔 느낌으로 가는군요.


참고로 한국에서 거북선 관련으로 병크를 터뜨린건 이번이 딱히 처음은 아닙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512062129001&code=940100 (2005년도 기삽니다.)


이 때도 뭐라뭐라 말들은 많았지만 결국 용머리 붙여놨다고 그걸 죄다 거북선으로 여기고 일본이 역사왜곡을 한다며 씩씩거린 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_- 아무래도 거북선이란게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여겨져서 조금만 건드려도 다들 이렇게 혈기가 높아져서 그런지.


어쨌든 애니를 안 봐서 거북선 부분은 뭐라 단정짓지는 못하겠고(다만 지금 정황과 애니메이션의 해당 부분만 본 현재로선 그저 '등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본이 왜곡을 한다고 하는 걸로 보이긴 합니다.) 임나일본부 얘기 정도는 할 수 있겠군요.




UN-GO에서 임나일본부설 연출이라 의심받는 부분 (이미지 캡처 출처는 http://blog.naver.com/smg357/60161487120)



위 이미지의 원본은 이것입니다. ↓




빠빠바밤 -_-


단령을 입고 복두를 쓴 신라인들이 신공왕후로 보이는 일본인들에게 조공 비스무리한 걸 바치는 모양입니다. 옷 자체는 당나라풍이니 이게 신라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운데 짱 먹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여자인 점으로 보아 신공왕후가 거의 확실해 뵈고 뭣보다 오른편에 보이는 다보탑과 불국사 -_-


참고로 신라에서 복두와 단령을 비롯한 당나라 복제를 받아들인 건 선덕여왕 때의 일이며 불국사는 신라의 통일 이후 김대성이 만든 겁니다. 가야 등이 멀쩡히 살아있던 3~4세기가 절대 아니죠.(이 시대는 당나라는 물론이고 신라에 불교조차 없었던 시절입니다.) 뭣보다 임나일본부 자체를 사실적으로 여길 필요도 없고요. (다만 일본이 3~4세기에 한반도 남부에 식민지를 만들었단 헛소리가 그렇다는 거지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남부와 당시 왜의 관계가 긴밀하고 근접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있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그림 자체의 고증은 애초에 안드로메다로 간 것이 불국사나 복두와 단령이 있는 걸 따지기 전에 신공왕후가 헤이안 시대나 넘어가야 나오는 도마루 비스무리한 갑옷을 걸치고 있다는 것부터 이미 자국 고증도 틀려먹은 그림입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UN-GO의 연출이 임나일본부의 정황을 나타내려 했냐는 것인데.. 제가 생각할 때 그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보이는 원본 자체가 임나일본부설을 그린 그림인데 만약 애니메이션에서 그러한 정황을 나타내려 했다면 굳이 이 그림의 인물을 수정해서 나타낼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특히 신라인들을 신라가 아니라 일본풍으로 보이게 만들었죠.)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자들이 정말로 이 그림을 통해 임나일본부를 나타내려 했다면 엎드려 비는 신라인들을 그대로 놔둔 이미지를 쓰겠지 굳이 이걸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가지고 일본이 애니메이션에서 임나일본부로 역사왜곡을 한다고 우기는 건 상당히 성급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에 거북선이 없던 것도 아닙니다.




이건 아마도 역사스페셜에서 나왔던 이미지




(출처 : Siege weapon of the far east 2)


일본에서 임진왜란 이후 거북선에 감명을 받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메구라부네, 일명 장님배. 분명 우리네 거북선이 원조고 생긴 것도 크게 차이나지만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쓴 건 있다 그거죠.


물론 우리가 거북선을 당연히 소중하게 여기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한 장면에 거북선이 나왔다고 일본이 거북선을 자기네 것이라 왜곡한다고 성질을 내는 건 상당히 성급한 일이 아닌가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