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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또는 음악

총을 선택한 이유


세상엔 필요악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요.


군대가 그렇고 무기가 그렇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는 군대 무용론자나 폐지론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현역 시절 군대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고 나와서 전 지금도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지.',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의무.'라고 쉽사리 말할 수가 없군요. 군대에서 의무와 당연한 것이라는 이름하에 핍박받는 것들을 이것저것 보아왔기에 '그 정도는 감수해라.'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저에게 '그 정도는 감수해라.'라고 말한다면 제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군대갔다와야.." 따위의 말로 운을 떼는 사람들 중 '그렇게 군대가 좋고 다녀와야는 곳이라면 군대 다시 가라'는 얘기를 들을 때 애국심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마련이지요. 그렇다고 군대를 없앨 순 없으니 잘못된 것을 차차 나아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일 것입니다.



또 무기에 관해 말하자면 소위 '밀덕'이라 불리는 분들이 사람 잡는데 특화된 살인도구에 헥헥대는 미치광이들 정도로 매도되는 것도 꽤 흔한 광경입니다. 먹을 것을 생산하는 농기구보다 이런 무기류의 발달사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아무래도 더 많습니다. 저도 이런 부류에 적잖이 해당되기 때문에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는 뭐라고 핑계를 대야 좋을지 늘 생각중. -_-


허나 분명한 건 총이 없으면 칼로 칼이 없으면 아틀라틀과 돌도끼로 그마저도 없으면 맨주먹으로도 어디선가 싸움을 벌이는 것이 사람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저 평화가 마냥 좋다는 이유로 전쟁과 전쟁에 관련된 것은 나쁘다고 쉽게 말하면서도 평화가 어떤식으로 유지되는 지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습니다.



요새는 그런 일이 드뭅니다만 잊을만하면 넷상에서 '군대는 살인기술 연마해 나오는 곳'으로 매도하는 분들이 나타나 넷상이 술렁이곤 합니다. 그럴 때면 다시 흔히 나오는 말이 '당신의 아버지, 친구, 동생이 살인마입니까?' 하는 식으로 반박을 하곤 합니다. 물론 사람을 쉽사리 살인마로 몰아붙여서는 안 되지만 이런 논리는 주제의 중심을 빗겨간 이야기입니다.


단적으로 얘기해 군대는 살인기술을 연마하고 유사시 살인마를 길러내는 곳이 맞습니다. 군대의 수많은 무기들은 곡식을 기르기 위한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며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유사시 한국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살인마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오늘도 논산훈련소에서는 영점조준과 PRI를 하겠지요. 총을 잘 쏘기 위해 훈련한다는 것은 당연히 총으로 사람을 잘 맞추기 위함입니다.


이런 현실을 단지 살인마라는 개념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군대나 군인을 어설프게 살인이나 폭력 따위의 이미지에서 어설프게 벗어나려 하는 것은 그다지 논리적인 것이 못 됩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누군가가 우리 대신 손을 더렵혀 사람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평화가 좋지만 그 평화가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를 망각한 사람들은 우리 대신 누군가가 살인자의 역할을 대행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