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편의점 DMZ (1권)
유슬라(xie)
2011. 8. 26. 01:16
비무장지대(DMZ)란 말은 우리나라와의 연상을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작중에 DMZ란 용어를 설명할 때 잠깐 한국 얘기도 나옵니다. 어쨌든 한국은 아니고 지구 어느 나라 분쟁 지역에 정부군, 민병대, 반란군 거기에 평화유지군으로 와 있는 UN군까지 4파전을 벌이는 곳의 비무장지대에 개점한 편의점 이야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우리나라 군필자분들이 군 경험이 없는 일본인들이 그린 만화라면 '군대도 안 갔다온 것들이..' 라고 한 마디 하며 군대의 고달픔이나 비참함을 잘 그려내지 못한걸 꼬집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만화도 그런 범주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전쟁의 비참함이니 사실적인 면은 무기 묘사를 제외하곤 죄다 날려버리고 이 분쟁지에서 물건을 팔아먹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실려있기 때문에 심도있는 밀리터리 물과는 영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본다면 이런 특이한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바보같은 일상을 그럭저럭 즐기면서 볼 수 있습니다. 분쟁지다 보니 응급처치 킷이 품절될 정도로 팔려나가거나 저격수가 편의점 부근 일대를 장악하여 1주일간 손님이 없는 이야기 (손님은 오다가 다 총에 맞아죽고 맙니다.) 정보부에서 오뎅을 사다 포로를 고문하는 이야기나 여점원의 마음을 얻으려고 전쟁터에서 패션에 신경쓰는 군인 등.. 상식적인 전쟁 얘기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습니다.
전 참 이런 쪽으론 편견도 적고 수비범위도 넓다고 자부하니(자칭!) 별 부담없이 볼 수 있었지만 이 만화는 어딜봐도 전쟁을 가지고 별다른 성찰 없이 유희거리의 하나로 만들어버렸다는 평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아무리 비일상적이고 사람 목숨을 마치 파리 취급하듯 보이는 작품이라도 그것은 사실적인 상황이란 것과 동떨어져있을 뿐 그것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극단적인 희화화를 통해 은근히 비웃고 조롱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게 하는 작품은 여럿 있습니다. 사우스파크라거나 배틀로얄(제가 본 건 영화 한정 단 1편만!)이라거나.. 편의점 DMZ란 책은 거의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끝부분에 본 작품과는 상관없는 단편 2개가 실려있는데 21세기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젊은이들에게 리얼을 제공한다며 일본의 성곽에서 공성전 서바이벌을 벌이는 것과 어느 섬마을에서 남자 vs 여자로 나뉘어 패싸움을 벌이는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이런 거 실어놓을 바에야 본편이나 몇 개 더 갖다놓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