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긔
평양성
유슬라(xie)
2011. 9. 23. 21:27
개봉 당시부터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라고 평이 돌더니 제가 봐도 딱 그렇게 생겼습니다. 저 괴하게 생긴 성의 디자인부터 황산벌처럼 코미디로 흘러가다 후반부에 갑자기 진지해지는 전개, 신파, 거기에 역사 덕후들이 보기엔 아마도 고증까지.
저는 아무래도 불호(不好)보다는 호(好)쪽이지만 마지막에 한창 전투하다 말고 갑자기 성내를 무대로 2인극 신파가 펼쳐지고 싸움하던 인간들이 일제히 멈추고 그 징징놀음을 지켜보는 장면은 좀 너무했다 싶네요. 거기에 생사가 오가는 싸움터에서 그러고 놀던 두 사람을 멀쩡히 보내주는 부분까지 -_-
하지만 전체적으론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성전씬도 나쁘지 않았고 애초에 이 영화 여기저기 너무 진지하게 만들어진게 아니니 '고구려에 왜 확성기가 있나요?' 나 '김유신이 정말 중국어를 썼나?' 같은 것을 진지하게 꼬집는건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이유에서 위 사진 성벽에 묘하게 생긴 새대가리 조형이 붙어있는 것도 그냥 이런 괴한 센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 평양성이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저 괴센스가 아니라 바로 성벽의 높이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