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나라 이야기 (1~3권)

유슬라(xie) 2012. 3. 1. 03:41

이미지 출처 : YES 24



십자군 이야기 3권 리뷰 올리고 얼마 안 되어서 한나라 이야기도 나온 부분까지는 완독했습니다. 십자군 이야기 3권 감상을 쓸 때 한나라 이야기가 먼저 완결이 났다고 써놨었는데 읽어보니 아니더군요 한나라 이야기는 무려 10권짜리!! 당연히 아직까지 나온 분량은 이 3권까지입니다. 게다가 이 3권이 나온지도 이제 2년이 되어가는 상황 과연 이건 무사히 완결이 나올 수 있을런지.

1권은 제목과 달리 완전히 진나라 이야기 -_- 한나라의 성립과 초한전의 유래를 알기 위해선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아예 진시황이 주인공이고 1권 내내 한나라는 요만큼도 안 보이니 이게 과연 한나라 이야기인가 싶더군요.. 뭐 총 10권짜린데 1권쯤 서두로 쓰는 건 괜찮을라나.

내용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무미건조한 편입니다. 십자군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개그 센스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냥 담담하게 각종 인간군상들이 나와서 "이러이러했지."를 설파하는 식. 아마 이거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한 줄로 쭈욱 엮어서 펼쳐놓았으면 만화라기보단 바이외 태피스트리 같은 기록화의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개와 설명이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유방이나 항우 같은 주연급이야 그럭저럭 설명이 되는 편이지만 그 외 조연들은 정말로 갑톡튀 하는 전개와 그런 놈들이 이전의 어떤 설명도 없이 갑자기 과거에 무슨무슨 일이 있었다고 읊조리는 부분이 많은데 아마 초한전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지식 없이 이 책부터 보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갈만한 내용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단점이라면 이 사연 많고 힘든 격동의 시기에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로 들만한 게 바로 진승과 오광의 난 부분. 힘들어서 중국 최초로 농민 반란을 일으키긴 했는데.. 이 책에선 왜 힘든지에 대해 그냥 '진시황이 고달프게 했으니까.' 수준으로 넘어가는 통에 작중 내에서는 그다지 공감이 안 됩니다. 이 부분은 최근 남문희 작가가 펴낸 전쟁의 역사 중국편(3권)에 나오는 부분을 보면 꽤나 비교됩니다. 여기서도 끝부분에 진승과 오광의 난이 등장하는데 만화적 연출의 시원시원함으로 책의 마지막을 상당히 스펙터클하게 마무리 짓지요.

그래도 이런 단점들을 상쇄하는 게 바로 작가의 독특한 사견과 관점. 내용이 이러저러 무미건조한 탓에 그다지 공감가는 인물도 없지만 대신 적나라한 인간 군상들이 여타 연출 없이 그대로 펼쳐져있는 까닭에 딱히 영웅도 없고 그냥 다 자기 일신의 안전을 위해 행동하는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인물들로 그려집니다. 이 때문에 평소 가졌던 이미지와 상당히 달리 보이는 게 바로 한신, 정말이지 평소 초한지에서 보던 훗날을 기약해 자존심을 숙이고 대의와 포부를 가졌다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냥 전쟁 좀 잘하는 날건달처럼 나오는 -_-

그리고 고증이 매우 빼어납니다. 만화가 나오는 부분은 책 내에서 정말로 빠짐없이 아래에 한 줄씩 주석 비슷하게 달아놓는데 그림의 고증에 참고한 구체적인 자료나 해당 부분에 관한 학설이나 내용의 근거 등을 모두 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 하나 지나갈 때마다 한 페이지 정도를 할애해서 해당 사건에 관한 각종 정보와 이야기 등을 적어놨는데 유익하기도 할 뿐더러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십자군 이야기도 그렇지만 책의 말미에 참고서적과 자료 목록이 기재되어 있음.)

작가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유방과 항우가 명나라 갑옷을 입고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바로잡기 위해 작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명광개 따위 보다는 병마용이나 출토된 유물 등을 바탕으로 고증된 복식으로 그려집니다. 확실히 이러고 노니 저부터 낯설긴 하더군요. 여담이나 초한지도 초한지지만 개인적으로 이 명나라 이미지에 맞춰진 작품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론 역시 삼국지이지 싶어요.[각주:1]


이건 과연 언제쯤 완결이 될 지 무척 궁금합니다. FSS는 무리고 원피스나 키드갱이 완결날 때쯤엔 십자군 이야기와 한나라 이야기가 모두 완결이 될 것인가?! 혹시 그 사이에 또 새로운 시리즈라도 시작한다면?! 으아아아






  1. 하지만 등자도 없고 거지같은 통수개 차림으로 나오는 관우, 장비들은 나부터 거부감이 든단 말이닷!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