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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열심열심


예외란 것도 있겠으나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지구상에 자신을 대신할 대체제는 6,000,000,000 보다 더 있음을 상기해야한다.

자기 자신이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것은 나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의 관점에 의한 것이다.

광장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열까지 센 후 눈을 뜨고 수많은 인파중 곧장 눈에 들어온 사람을 아무나 한 명 무작위로 찍어보자. 지나가는 회사원일 수도 있고 팔순 드신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눈부신 미녀일 수도 팔 하나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저 사람이 과연 내일도 이 자리에서 보일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여전히 사람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광장에서 그 사람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인가. 행여 죽기라도 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그건 나한테 얼마나 와닿을까. 어쩌다 눈에 들어온 생판 모르는 남이 예정없이 눈에 들어왔던 것처럼 홀연히 사라지면 과연 슬퍼서 죽을 지경이 될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성자이거나 바보이거나 자신의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 그것밖에 안 되거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거짓말을 속삭이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도 이와 같은 느낌이 들 터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만 염두해두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신의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