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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축제


축제의 진면목은 떠들썩했던 활기와 시끄러움이 잦아들고 난잡한 잔해만이 남아있는 광경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축제가 끝난 현장은 참으로 고요하게 난장판이 펼쳐져 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인파는 모조리 사라지고 사람들이 지나다닌 곳은 쓰레기와 이벤트 소품들이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실컷 놀아서 피곤하기도 하고 양껏 먹은 포만감 덕에 졸립지만 저 아수라장을 치워야 하고 곧 있으면 날은 저물어갈 것이다. 노는 것도 좋았지만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이 앞선다.

과연 몇 시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제쯤 자리에 누울 수 있게 될까
내일은 전쟁과도 같은 하루 일상이 다시 시작될텐데
계속 누워있고 싶다.
계속 누워있고 싶다.
계속 누워있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이제 한적한 잔해가 된 축제의 터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쓸쓸하다. 이런 광경은 심란하고 매우 씁쓸한 맛을 더해준다.

때때로 축제의 진정한 묘미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시민의식 실종이나 그런 사회적인 문제를 애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 또한 축제의 한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