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표지가 따로 있지만 굳이 이걸 올리는 이유는.. 이 표지가 더 취향이에요~ 헤헤.
원제는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 판형도 작고 글씨가 커서 읽기는 편해서 좋았습니다.
이하 내용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뭐 이런 판타지 소설이 다 있담! -_- 은 일단 제 편견이구요.
내용은 도립 호도 고등학교란 멀쩡한 학교의 막장 야구부를 새로 매니저로 부임한 주인공 가와시마 미나미란 여고생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으며 갱생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책 내에서 '이 야구부는 막장이다.'란 소리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만(오히려 야구부원들도 본업은 공부이고 야구를 취미로써 하기엔 아주 적절한 부활동이란 이미지.) 연습 맘대로 빼먹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감독과 주전 선수는 서로 삐져서 냉전상태. 야구부 분위기 자체가 놀다 가는 느낌으로 야구 몇 번이나 겨우 하는 통에 실적이 20년전 도 예선 16강이 최고면 그게 막장이지 뭐..
어쨌거나 이 호도 고등학교의 원래 야구 매니저는 미야타 유키란 학생인데 아파서 병원살이를 하는 통에 그 친구인 미나미가 매니저로 부임합니다.
이 여고생님이 과거의 트라우마가 여럿 얽혀있는 아주 복잡한 분이신데 어렸을 적에 야구를 잘 하던 야구소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근육이 붙은 남자놈들에게 자리를 위협받자 자신의 야구 인생을 거짓으로 점철된 것으로 치부하고 흑역사로 여기는 중. 하지만 소꿉친구인 유키를 위해 매니저로 부임, 이 막장 야구부를 코시엔에 출전시키겠다는 꿈 큰 발언을 하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죠.
매니저를 해본 가락이 없으니 일단 서점에 가서 '매니저'란 제목이 붙은 책을 뒤져보는데 그러다 나온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에센셜판. 그리고 이 책에 감명을 받아서 여기에 적혀있는 조직경영 방법을 그대로 야구부에 써먹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진 참 좋은데..
이 야구부 느낌을 보면 딱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못 해요 그런 느낌이라 감독부터 선수까지 다 하나하나가 재능은 있는데 노느라 실적이 안 좋았다는 수준이어서 몇몇 악습과 분위기를 제거해주니 일취월장하는 수준이라..
감독은 도쿄대 출신 엘리트에 걸어다니는 야구명장인데 선배였던 전임 감독한테 미안한 일이 있기도 하고 부원들과 관계도 안 좋아서 그냥 노는 중
야구광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야구만 16년간 해온 외야수의 달인, 투수의 달인, 주루의 달인, 포수의 달인(그리고 얘는 미나미 소꿉친구임)이 존재하나 역시 분위기에 휩쓸려서 같이 노는 중.
노력을 열심히 하면 전국에서 주목받는 4번타자 겸 주장이 존재.
중학교 때 머리가 너무 좋아 안드로이드라 불린 후배 1학년 매니저도 역시 같이 놀아야지-!
등등.. 이건 마치 스타크래프트 2에서 꿀광에 사령부가 있는데 건설로봇이 없어서 채취를 못 했다 그런 느낌이 팍팍 옵니다. 굳이 더 비유를 더 들자면 거기서 매니지먼트를 통해 건설로봇들을 지게로봇으로 갈아버렸다고 해야나.
여기에 주인공 미나미는 야구부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를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야구부 타이쿤을 자행하게 됩니다. 요리부는 야구부원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주고 음악부는 야구부 응원가를 불러주는 식.. 어째 학교가 야구부의 노예가 되어가네..
어째거나 이 profit!의 연속으로 야구부는 코시엔에 출전하게 되고 적절하게 해피엔드~
야구용어는 볼, 스트라이크, 홈런 정도의 용어만 알고 본다면 된다더니(실제로 딱 저 정도까지만 아는 수준입니다.) 후반부에 나름 야구 좀 하는 부분에선 1루수가 어디로 날아갔다느니 외야수 저놈을 어떻게 해버려 등등 하는 부분에서 조금은 헷갈리더군요. 애초에 야구 때문이 아니라 표지의 미나미 때문에 본 것이라 별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이 책의 주요점은 야구가 아니라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판타지처럼 보인다지만 막장 야구부 갱생이라는게 영 재미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볼 때마다 저런 능력있는 애들이 놀고만 있었다가 아니라 공도 제대로 못 던지는 인사들이 노는 것밖에 할 줄을 몰랐다..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실제 일본에서 아무도 주목치 않았던 구석진 학교의 야구부가 코시엔 우승을 했다는 기사를 몇 년 전에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동네도 혹시 저런 책을 가져다 읽고 이렇게 소설처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드네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말 2페이지가 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조직 경영의 매니지먼트라지만 그래도 인물간의 상관관계나 특히 유키가 죽은 후 후일담 등이라도 실려있을 줄 알았더니 너무 실용서스러운 결말이란 느낌이 드네요.
[유키를 살려내라고!! ㅜㅜ] 다른 것 필요없이 이 문장이 스포일러 방지를 넣게 된 이유입니다.
아 물론 주인공 미나미 역시 참 예쁘고 활동적이면서 시원시원한게 매력적입니다. 뭐든지 profit! 수준으로 해내는 먼치킨 여고생이 소꿉친구 유키가 죽었을 때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인간다워서 더욱 인상에 남는군요.